Pat Metheny - If I could
2026-07-05 · 조회 160 · 댓글 0
기타 하나로 사람을 심연으로 이끄는 연주다.
이 곡은 팻 메쓰니 그룹의 1984년 앨범 "First Circle"에 실린 "If I Could"다. 타이틀곡 "The First Circle" 바로 뒤에 붙어 있는 곡인데, 그 앞곡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지나간 자리에 조용히 내려앉는 느낌으로 시작한다. 라일 메이스의 신시사이저가 안개처럼 깔리고, 페드로 아즈나르의 보컬은 가사 없이 그냥 하나의 악기처럼 흐른다. 가사가 없다는 게 오히려 더 깊이 들어오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. 무슨 말인지 해석할 필요가 없으니, 소리 그대로를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된다.
메쓰니의 기타는 이 곡에서 크게 소리 지르지 않는다. 오히려 한 음 한 음이 아주 천천히, 아주 조심스럽게 놓인다. 그런데 그 조심스러움이 이상하게 더 깊은 곳까지 끌고 내려간다. 큰 소리로 몰아붙이는 연주보다, 이렇게 나직하게 이어지는 연주가 오히려 사람을 더 멀리, 더 깊이 데려가는 것 같다. 마치 수면 위에서 첨벙거리는 게 아니라, 아무 소리 없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랄까.
이 곡을 듣고 있으면 이상하게 과거의 나에게로 생각이 흘러간다.
과거에 있는 나에게
지나간 시간을 돌아볼 때, 유독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먼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.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,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. 이 곡의 저음이 깊어질 때마다, 그런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.
모두 내 잘못이라는 생각을 한다.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곡은 그 생각을 다그치지도, 그렇다고 서둘러 위로하려 들지도 않는다. 그냥 옆에 가만히 앉아서 같이 그 무게를 견뎌주는 느낌이다.
어쩌면 좋은 음악이라는 게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. 답을 주는 게 아니라, 그 감정이 있어도 괜찮다고 자리를 내어주는 것. 오늘은 이 곡을 들으며 그 심연 속에 잠깐 머물다 왔다.